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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발전재단게시판
  등록일 : 2010-10-28 | 조회 : 158 | 추천 : 0 [전체 : 6 건] [현재 1 / 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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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핸드볼발전재단
제목
[김동훈 기자의 "핸드볼 이야기 속으로"]_5

여자핸드볼팀 러시아 33시간 입성기

[핸드볼 이야기속으로] ⑤


 

 

» 한국의 라이트윙 우선희 선수가 대회 베스트7에 뽑힌 뒤 상장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옛날 배 타고 국제대회 참가하던 시절도 아니고….”

최석재 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1985년 유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때 33시간이 걸린 적이 있었다”며 “그때는 러시아 상공을 경유하지 못해 오래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구한말 때도, 냉전 시절도 아닌, 2000년대에 태릉선수촌을 출발해 러시아 제2의 도시라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할 때까지 무려 33시간이 걸린 사건이 있었다.

 

2005년 12월2일 아침 9시. 강태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대표팀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크에서 열린 제17회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태릉선수촌을 나섰다. 선수단은 강 감독과 강경택 코치, 최석재 골키퍼 코치, 문경하, 이민희, 손민지, 허순영, 김차연, 유현지, 김진순, 강지혜, 문필희, 송해림, 이공주, 김은정, 허영숙, 최임정, 명복희, 우선희 선수였다. 유동화 단장과 실업연맹 임원들은 며칠 뒤 출발했다. 오전 10시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선수단은 낮 12시40분 인천발 모스크바행 러시아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대회가 열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직항노선은 여행 성수기인 여름에만 개설되기 때문에 선수단은 어쩔 수 없이 모스크바로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또 러시아 항공기 보다 값은 비싸지만 편안한 국내 항공기를 이용하려 했지만 그마저 러시아 여행 비수기인 겨울철이라 노선이 줄어들어 선수단 출발 날짜와 맞지 않았다.

 

비행기는 무척 낡아 보였다. 좌석 번호판은 거의 다 지워져 잘 보이지도 않았고, 안전띠는 잘 조여지지도 않았다. 안내 방송이 나오다가 끊어지며 가래끓는 소리로 귀를 괴롭히기도 했다. 비행기 안은 한산했다. 한국 선수단을 제외한 나머지 승객은 20~30명에 불과했고, 대부분 러시아 사람들이었다. 덕분에 21명의 선수단은 다리를 주욱 뻗거나, 아예 좌석에 옆으로 길게 누워서 모자란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런데 12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은 자다 깨도, 자다 깨도 도착할 줄 몰랐다. 선수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 것은 멀미였다. 출발 때부터 항공기의 오르내림이 심해 선수들을 놀라게 하더니, 비행 도중에도 간간이 아래로 뚝 떨어지거나 위로 쑤욱 솟구쳐 뱃속을 요동치게 했다. 도착 20분 전부터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고, 적지않은 선수들이 기멀미로 고생했다.

 

» 제17회 세계선수권대회 폐막 다음날인 2005년 12월19일 한국 선수들이 눈 내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모스크바에는 현지 시각으로 오후 4시50분에 도착했다. 해는 이미 서산으로 뉘엇뉘엇 지고 있었다. 그런데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바로 들어갈 수 없었다. 연결 항공편이 다음날 아침에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단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음날 새벽같이 일어날 생각을 하니 모두들 어깨가 축 처졌다. 선수단을 더더욱 힘들게 만든 것은 족히 1t은 돼 보이는 선수단 짐이었다. 20~30㎏씩 나가는 21개의 개인별 짐에다가 각종 장비와 먹거리 상자가 10여개 가량 됐다. 이 때부터 선수들의 ‘노가다’가 시작됐다.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한 선수단은 39인승 버스에 짐을 실어날랐다.

 

재수가 없을라니 도로 사정도 도와주지 않았다. 모스크바 시내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이라 교통 체증이 엄청나게 심했다. 차들로 꽉 막힌 도로를 헤쳐나가느라 선수단은 주린 배를 움켜쥘 수밖에 없었고, 늦은 저녁식사를 마친 뒤 오밤중에야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텔에 도착해서도 방으로 짐을 나르느라 부산을 떨어야 했다.

 

고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비행기는 오전 8시15분이었다. 그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선수단은 이튿날 새벽 4시30분에 졸린 눈을 비비며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너나없이 입에서 푸념이 새나왔다.

사실 선수단은 시차 적응을 위해 한달 전 유럽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도 잠자는 시간과 훈련 등을 러시아 시각에 맞춰 놓고 있었다. 그런데 새벽 4시30분 기상은 선수들의 리듬까지 깨 놓았다. 빵과 잼, 소시지 등으로 아침식사를 떼운 선수들은 다시 짐을 싸고 차에 실은 뒤 1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모스크바 국내선 공항인 쉐르메치보 공항에 도착했다. 선수들이 움직일 때마다 1t 남짓한 짐도 따라다녔다.

 

» 한국의 명복희 선수가 슬로베니아와의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람과 짐이 모두 버스에서 내린 뒤 쉐르메치보 공항에 들어선 순간, ‘아뿔싸….’ 폭설로 비행기가 뜨지 못한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선수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고된 훈련을 마친 고단한 몸으로 한국을 떠났는데, ‘러시아’는 번번이 한국 선수들을 실망시켰다. 선수단에 사이에서는 “모스크바가 싫다”, “러시아가 싫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그 와중에 “이건 한국 핸드볼을 두려워 한 러시아의 음모다”라는 농담도 주고받았다.

 

선수단은 그 많은 짐을 공항 한구석에 모아둔 뒤 대기실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다. 쪼그리고 앉아 모자란 잠을 청하거나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짐을 부치는 일이 너무 반가웠다. 무엇인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이리도 반가울 줄 몰랐다. 그런데 공항 직원은 짐 속의 내용물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선수단을 짜증나게 했다. 물리치료기가 들어 있는 짐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며 칼로 뜯어내기까지 했다. 자기 나라에서 열리는 국제스포츠대회에 참가하러 온 외국 선수단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짐 검색은 도를 넘었다. 모든 짐이 간신히 검색대를 통과하고 짐을 부쳤지만, 이번에는 “무게가 초과됐다”며 딴지를 걸고 나왔다. 서울에서 모스크바에 올 때도 초과요금은 없었다. 약간의 실랑이 끝에 초과요금을 지불한 뒤 비행기에 탑승했다. 모스크바행 상트페테르부르크발 러시아 비행기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좌석은 비좁았고, 창가쪽 자리에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1시간30분 가량의 비행 끝에 낮 12시(한국시각 오후 6시), 드디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성했다. 태릉선수촌을 떠난 지 꼭 33시간 만이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강호 노르웨이와 크로아티아 등을 꺾었지만 러시아, 헝가리에 패한 뒤 순위전에서 네덜란드와 브라질에 잇따라 덜미를 잡히면서 8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래도 8위까지 초청되는 폐막 만찬에는 참석할 수 있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기사등록 : 2010-10-22 오전 11:15:57  기사수정 : 2010-10-22 오후 05: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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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핸드볼발전재단님이 2010-10-28 오전 9:13:00 에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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